TOPIK 몇 급이면 취업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3급이면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실제로 열려 있는 자리를 세어 보면 그 답은 맞지 않는다.
HangulJobs에 올라와 있는 한국어 가능 인재 대상 채용공고 5,691건을 전수 집계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공고의 81.8퍼센트가 상급 한국어를 요구한다. 중급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15.7퍼센트다. 즉 TOPIK 3급 수준에서 지원 가능한 공고는 여섯 자리 중 한 자리다.
이 글은 그 5,691건을 한국어 수준, 국가, 직무, 근무 형태로 나눠서 실제로 어떤 자리가 어떤 급수를 요구하는지 정리한 것이다. 통념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공고를 센 숫자다.
결론부터: 공고 5,691건이 요구한 한국어 수준
집계 대상은 채용이 진행 중인 공고 5,691건이다. 마감되었거나 비공개인 공고는 제외했다.
| 요구 한국어 수준 | 공고 수 | 비중 |
|---|---|---|
| 원어민급 | 5건 | 0.1% |
| 상급 | 4,658건 | 81.8% |
| 중급 | 894건 | 15.7% |
| 초급 | 6건 | 0.1% |
| 미지정 | 120건 | 2.1% |
읽는 방법은 이렇다.
첫째, 시장은 상급에 쏠려 있다. 한국어를 쓰는 자리를 뽑는 기업 대부분이 회의와 문서를 한국어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인사말 수준의 한국어를 우대사항으로 적어 두는 자리는 통계적으로 거의 없다.
둘째, 초급 자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5,691건 중 6건이다. 확률로 따지면 0.1퍼센트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전략은 이 데이터상 성립하지 않는다.
셋째, 중급 894건은 결코 작지 않다. 비중은 15.7퍼센트지만 절대 수로는 894개의 자리다. 그리고 뒤에서 보겠지만 이 894건은 나라별로 아주 고르지 않게 분포한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이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숫자를 믿으려면 어떻게 셌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집계 대상은 HangulJobs 데이터베이스에 게시 상태로 들어 있고 채용이 진행 중인 공고 전체다. 표본 추출이나 상위 몇 건 발췌가 아니라 전수다. 각 공고에는 등록 시점에 요구 한국어 수준이 함께 기록된다. 이 글의 모든 표는 그 필드를 그대로 집계한 것이다.
한계도 밝혀 둔다.
- 이 데이터는 HangulJobs에 올라온 공고의 분포이지 전 세계 한국어 채용 시장 전체의 분포가 아니다. 다만 수집 대상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다섯 개 시장의 채용 사이트이므로 해당 지역의 한국어 채용 흐름은 반영한다.
- 요구 수준은 기업이 공고에 적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 면접에서 요구되는 수준은 더 높을 수도, 더 낮을 수도 있다.
- 급여가 기재된 공고는 5,691건 중 203건뿐이라 급여 분석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표본이 부족한 숫자를 내놓는 것보다 다루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TOPIK 급수와 공고의 상급, 중급은 어떻게 대응하나
공고는 대개 TOPIK 급수를 직접 쓰지 않고 "한국어 상급" 또는 "비즈니스 회화 가능" 같은 표현을 쓴다. 그래서 대응 관계를 알아야 한다.
아래 표는 채용 현장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대응이며, 공식 기준이 아니라 관례다. TOPIK을 주관하는 기관이 급수별 직무 적합성을 정해 둔 것은 없다.
| 공고 표기 | 대략의 TOPIK 급수 | 실제 요구되는 능력 |
|---|---|---|
| 원어민급 | 6급 이상 또는 원어민 | 법률 문서, 계약서, 전문 번역 |
| 상급 | 5~6급 | 회의 진행, 보고서 작성, 고객 응대 |
| 중급 | 3~4급 | 업무 지시 이해, 일상 업무 소통 |
| 초급 | 1~2급 | 인사와 기본 표현 |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TOPIK 4급과 5급 사이가 시장에서 가장 큰 벽이다. 4급까지는 중급으로 분류되어 894건에 접근할 수 있고, 5급부터 상급으로 4,658건이 열린다. 급수 하나 차이로 지원 가능한 공고 수가 다섯 배 이상 늘어난다.
상급을 요구하는 4,658건은 어떤 자리인가
상급 공고의 제목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세어 보면 성격이 드러난다.
가장 빈번한 것은 통역과 번역이다. translator가 204건, interpreter가 197건의 제목에 등장한다. 그 다음이 영업(sales 136건), 관리자(manager 135건), 전문직(specialist 112건), 고객 지원(customer 106건, support 101건) 순이다.
이 분포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상급 자리의 상당수는 한국어 자체가 업무의 핵심 수단인 직무다. 통역과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본사와 현지 법인을 잇는 영업과 관리 직무 역시 한국어로 보고하고 협의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한국어 실력을 우대사항이 아니라 자격 요건으로 본다. 다른 역량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어가 안 되면 업무 자체가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중급 894건: 현실적인 진입로가 여기 있다
중급 공고의 제목 빈출어는 상급과 뚜렷하게 다르다.
manager 72건, specialist 45건, sales 41건, business 34건, staff 32건, 마케팅과 SNS 관련이 45건가량이다. 통역과 번역은 상위권에서 사라진다.
즉 중급 자리는 한국어가 업무의 수단이 아니라 업무를 돕는 도구인 직무다. 인사, 총무, 회계, 영업 지원, 마케팅처럼 직무 자체의 전문성이 먼저이고 한국어는 한국 본사나 한국인 상사와 소통하는 데 쓰인다.
실제 공고 제목을 보면 성격이 더 잘 보인다.
- 인사/총무 직원 (자카르타 SCBD)
- Staff Finance, Tax, Accounting
- Key Account Supervisor F&B
- Executive Secretary/Personal Assistant to CEO
- Nhân Viên Tuyển Dụng & Đào Tạo (한국어 우대)
- Thu Ngân Biết Tiếng Hàn (한국어 가능 캐셔)
전략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TOPIK 급수를 올리는 것보다 직무 전문성을 쌓는 편이 중급 구간에서는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회계를 할 줄 아는 TOPIK 4급이 회계를 모르는 TOPIK 6급보다 이 894건에서 유리하다.
원어민급 5건과 초급 6건이 그것뿐인 이유
양 극단은 각각 다섯 건과 여섯 건이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그 소수의 공고를 들여다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원어민급 다섯 건은 말레이시아 법률 자문, 한국어-영어 전문 번역, 싱가포르 재무 분석, 인도네시아 채권 관리다. 전부 오역이 곧 손실로 이어지는 직무다. 계약서 한 줄, 재무 수치 하나가 틀리면 회사가 돈을 잃는다. 그래서 상급으로는 부족하고 원어민급을 요구한다.
초급 여섯 건은 무역 코디네이터, 콘텐츠 에디터, 호텔 프런트, 생산관리 엔지니어처럼 한국어가 부수적인 자리다. 다만 이 여섯 건은 대부분 임시직이거나 파트타임이다. 정규직으로 초급 한국어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이 데이터에 거의 없다.
한 가지 덧붙이면, 원어민급 다섯 건 중 하나는 시스템 테스트용으로 올라간 공고다. 실제로는 네 건으로 보는 것이 맞다.
국가별로 요구 수준이 전혀 다르다
여기서부터가 이 데이터의 실용적인 부분이다. 전체 평균은 상급 81.8퍼센트지만, 나라별로 보면 편차가 크다.
| 국가 | 상급 | 중급 | 미지정 | 합계 | 상급 비중 |
|---|---|---|---|---|---|
| 중국 | 1,668 | 154 | 9 | 1,831 | 91.1% |
| 베트남 | 910 | 79 | 13 | 1,002 | 90.8% |
| 일본 | 1,358 | 386 | 0 | 1,744 | 77.9% |
| 러시아 | 117 | 40 | 0 | 157 | 74.5% |
| 인도네시아 | 359 | 133 | 50 | 547 | 65.6% |
| 한국 | 84 | 77 | 2 | 163 | 51.5% |
중국과 베트남은 상급 비중이 90퍼센트를 넘는다. 이 두 나라에서 한국어 자리를 찾는다면 TOPIK 5급 이상이 사실상 입장권이다.
반대편에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있다. 한국 내 공고는 상급 비중이 51.5퍼센트로 절반 수준이다. 한국에 이미 체류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가 많고, 이 경우 기업이 한국어보다 지원자의 모국어 능력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급이라면 일본을 먼저 봐라
중급 894건이 어디에 있는지가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숫자다.
| 국가 | 중급 공고 수 | 그 나라 전체 공고 | 중급 비율 |
|---|---|---|---|
| 일본 | 386건 | 1,744건 | 22.1% |
| 중국 | 154건 | 1,831건 | 8.4% |
| 인도네시아 | 133건 | 547건 | 24.3% |
| 베트남 | 79건 | 1,002건 | 7.9% |
| 한국 | 77건 | 163건 | 47.2% |
| 러시아 | 40건 | 157건 | 25.5% |
일본에 중급 자리의 43퍼센트가 몰려 있다. 894건 중 386건이다. 두 번째인 중국(154건)의 두 배가 넘는다.
이유는 일본 시장의 성격에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특히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과 식품 분야가 현지 채용을 활발히 하는데, 이때 업무 언어는 일본어이고 한국어는 본사와의 소통용이다. 실제 공고를 보면 성격이 분명하다.
- 韓国語を活かせる! 韓国コスメブランドの営業/企画担当
- [HYBE JAPAN] Music Partnership Manager
- 新橋 国際物流営業(韓国大手CJグループ) 韓国語が活かせる
- 「韓国大手食品メーカーの日本拠点立ち上げ」管理部門担当
- ITソリューション営業担当/韓国語できれば尚可
마지막 공고의 표현이 특히 중요하다. 韓国語できれば尚可, 즉 "한국어를 할 수 있으면 더 좋다"이다. 요건이 아니라 우대사항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TOPIK 급수보다 직무 경험이 먼저다.
비율로만 보면 한국(47.2%)이 가장 높지만 절대 수가 77건으로 적다. 선택지의 개수로 보면 일본이 압도적이다.
원격 근무는 오히려 더 높은 급수를 요구한다
재택이나 원격으로 일하고 싶다면 이 표를 봐야 한다.
| 요구 수준 | 전체 공고 |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 비율 |
|---|---|---|---|
| 상급 | 4,658건 | 389건 | 8.4% |
| 중급 | 894건 | 39건 | 4.4% |
| 미지정 | 120건 | 28건 | 23.3% |
상급 공고의 원격 비율이 중급의 거의 두 배다. 직관과 반대로 보이지만 이유가 있다.
원격 근무는 얼굴을 맞대고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지시를 한 번에 정확히 이해하고, 문서로 스스로 설명하고, 오해가 생기면 글로 풀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언어 부담을 키운다. 그래서 기업은 원격 자리일수록 언어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실제로 원격 공고를 보면 프리랜서 통역, 콘텐츠 리뷰, 로컬라이제이션, 번역처럼 언어 자체가 결과물인 직무가 많다. 전체 5,691건 중 원격은 346건, 하이브리드는 119건으로 합쳐도 8.2퍼센트다. 한국어 채용 시장은 아직 출근이 기본이다.
고용 형태로 보면 거의 전부 정규직이다
상급 4,658건 중 4,644건이 정규직이다. 중급 894건 중에서도 882건이 정규직이다. 계약직, 파트타임, 프리랜서, 인턴을 다 합쳐도 양쪽 모두 스무 건 안팎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어 능력을 파트타임으로 시험해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짧게 일해 보고 맞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로가 이 시장에는 잘 없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한국어 인재를 장기 자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채용 비용을 들여 뽑은 뒤 오래 데리고 가려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들어가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TOPIK 3급에서 4급, 4급에서 5급으로 올리면 무엇이 열리나
급수를 올릴지 말지 고민할 때 쓸 수 있는 계산이다.
3급에서 4급으로 올리는 것은 지원 가능 공고 수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 둘 다 중급 894건 구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중급 안에서도 4급 이상을 명시하는 자리가 있어서 선택지가 넓어진다.
4급에서 5급으로 올리는 것이 결정적이다. 894건에서 4,658건으로, 지원 가능한 공고가 다섯 배 이상 늘어난다. 한국어 학습에 시간을 더 투자할지 판단해야 한다면 이 구간이 투자 대비 회수가 가장 크다.
반대로 이미 5급 이상이라면 6급으로 올리는 실익은 크지 않다. 원어민급을 요구하는 자리는 다섯 건뿐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는 직무 역량을 쌓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전략은 세 갈래다
데이터를 종합하면 상황별 선택은 이렇게 갈린다.
TOPIK 5급 이상이라면 국가를 가리지 말고 넓게 보면 된다. 4,658건 전체가 대상이고, 통번역과 영업, 관리 직무가 중심이다. 중국과 베트남처럼 상급 비중이 90퍼센트를 넘는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TOPIK 3~4급이라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일본 시장을 먼저 보는 것이다. 중급 자리의 43퍼센트가 거기 있다. 다른 하나는 직무 전문성을 세우는 것이다. 중급 구간에서는 한국어가 아니라 회계, 인사, 영업 같은 직무 역량이 합격을 가른다.
TOPIK 2급 이하라면 지금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여섯 건이다. 냉정하게 말해 구직을 시작할 시점이 아니라 4급까지 올리는 데 집중할 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TOPIK 성적표가 반드시 있어야 하나요?
공고 5,691건 중 120건은 한국어 수준을 아예 명시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 50건, 베트남에 13건, 몽골에 10건이 있다. 이런 자리는 면접에서 실제 회화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표가 없다면 이 120건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TOPIK 급수가 높으면 급여도 높나요?
이 데이터로는 답할 수 없다. 급여가 기재된 공고가 5,691건 중 203건뿐이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비교가 안 된다. 추정치를 내놓는 대신 답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중급인데 상급 요구 공고에 지원해도 되나요?
지원 자체는 막히지 않는다. 다만 상급 공고의 다수가 통번역처럼 한국어가 업무의 핵심인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반면 상급으로 표기됐어도 실제로는 영업이나 관리 직무인 공고가 있으므로, 요구 수준만 보지 말고 직무 내용을 함께 읽는 것이 낫다.
어느 나라가 가장 자리가 많나요?
중국이 1,831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 1,744건, 베트남 1,002건, 인도네시아 547건 순이다. 다만 급수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상급이라면 중국, 중급이라면 일본이다.
지금 확인할 것
본인의 TOPIK 급수를 기준으로 실제 열려 있는 자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이 글을 읽는 것보다 빠르다.
- 상급(5~6급)이라면 중국, 일본, 베트남 공고를 순서대로 본다
- 중급(3~4급)이라면 일본 공고부터 본다. 중급 자리의 43퍼센트가 여기 있다
- 재택이나 원격을 찾는다면 원격 근무 공고를 따로 본다
- 한국어 수준이 애매하다면 중급 요구 공고에서 실제 요구 사항을 읽어 본다
이 글의 숫자는 집계 시점 기준이며 공고는 매일 갱신된다. 비율의 큰 흐름은 유지되지만 개별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